# 지난 3월 말, 대모님과 일본 교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교토에 가면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갈만한 곳에 대한 상세한 일본어 정보를 프린트해 가져갔습니다. 시내의 경우는 택시기사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데려다줄 수 있도록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앞 핀으로 표시한 구글 맵까지 챙겼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음식 기행이었습니다. 도착 당일, 서울서 인터넷으로 검색, 예약해둔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기사는 우리가 보여준 지도대로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차가 멈추자 저는 택시비를 계산했습니다. 그 때 기사가 좀 기다리라며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두 개 단어만 고작 알아듣는 수준의 일본말을 눈치로 가늠해보니 차에 앉아 있으라는 말이었습니다. 5분쯤 지나자 쉐프 옷차림의 사내가 뛰어왔습니다. 골목 깊숙이 있는 식당이라 찾기 힘들 거라 판단한 기사가 식당 측에 우리를 데리러 나오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식당은 이미 점심 영업이 끝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서 미리 늦을 수도 있겠다 양해를 구하긴 했습니다만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서빙하는 젊은 여직원들은 점심 일을 마친 시간이라 막 외출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음식 서빙을 해준 ‘할머니’는 그 음식점이 사장인 듯 했습니다.
받는 것 중에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이 친절이라고 합니다. 전화를 걸어준 기사, 데리러 나와 준 주방장, 그리고 서빙해준 사장... 이런 사람들 때문에 교토는 또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최근 만난 한 관광전문가는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의 조건으로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싱가포르, 태국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응답률 60% 이상이 되는 나라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0% 수준이라고 합니다. 3월 주요 뉴스거리가 되었던 ‘콜벤의 바가지 요금’ 같은 것, 언제쯤 잊혀지게 될까요? . # 교토에 간 또 하나의 목적은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길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나무숲길 입구에서 우리는 쾌활한 청년이 끄는 인력거를 탔습니다. 인력거는 대나무숲길이 아닌 굽이굽이 아름다운 산책길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대나무 숲길 끝에 우리를 내려주면 우리는 거꾸로 내려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라쿠시샤’라는 집 앞에 잠시 멈추어 사진촬영을 해주었습니다. ‘라쿠시샤’는 에도시대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인 마쓰오 바쇼의 제자 무라카이 교라이 살던 집으로 마쓰오 바쇼가 이집에서 ‘사가노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거기서 청년은 멋들어지게 하이쿠를 읊었습니다. 알아듣지 못한 우리들의 표정에 청년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하필 그때, 생뚱맞게도, 평소 제가 ‘제발 저려’ 기억하는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가 떠올랐습니다.
남의 말하면 입술이 시리구나 가을 찬바람
요번 총선 때도 여지없이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 선전이 난무했습니다. 터무니없는 비방에 동요하지 말라는 문자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모릅니다. 올해 봄이 늦게 온 것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찬바람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리 친절하지 못한데다 남의 말하면서 입술 시린 줄도 모르는 저도 뭐, 찬바람 운운할 자격이 없긴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래서, 교토여행은 저를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 지난 3월 말, 대모님과 일본 교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교토에 가면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갈만한 곳에 대한 상세한 일본어 정보를 프린트해 가져갔습니다.
시내의 경우는 택시기사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데려다줄 수 있도록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앞 핀으로 표시한 구글 맵까지 챙겼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음식 기행이었습니다.
도착 당일, 서울서 인터넷으로 검색, 예약해둔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기사는 우리가 보여준 지도대로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차가 멈추자 저는 택시비를 계산했습니다. 그 때 기사가 좀 기다리라며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두 개 단어만 고작 알아듣는 수준의 일본말을 눈치로 가늠해보니 차에 앉아 있으라는 말이었습니다.
5분쯤 지나자 쉐프 옷차림의 사내가 뛰어왔습니다.
골목 깊숙이 있는 식당이라 찾기 힘들 거라 판단한 기사가 식당 측에 우리를 데리러 나오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식당은 이미 점심 영업이 끝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서 미리 늦을 수도 있겠다 양해를 구하긴 했습니다만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서빙하는 젊은 여직원들은 점심 일을 마친 시간이라 막 외출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음식 서빙을 해준 ‘할머니’는 그 음식점이 사장인 듯 했습니다.
받는 것 중에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이 친절이라고 합니다.
전화를 걸어준 기사, 데리러 나와 준 주방장, 그리고 서빙해준 사장... 이런 사람들 때문에 교토는 또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최근 만난 한 관광전문가는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의 조건으로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싱가포르, 태국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응답률 60% 이상이 되는 나라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0% 수준이라고 합니다.
3월 주요 뉴스거리가 되었던 ‘콜벤의 바가지 요금’ 같은 것, 언제쯤 잊혀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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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에 간 또 하나의 목적은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길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나무숲길 입구에서 우리는 쾌활한 청년이 끄는 인력거를 탔습니다.
인력거는 대나무숲길이 아닌 굽이굽이 아름다운 산책길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대나무 숲길 끝에 우리를 내려주면 우리는 거꾸로 내려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라쿠시샤’라는 집 앞에 잠시 멈추어 사진촬영을 해주었습니다.
‘라쿠시샤’는 에도시대의 유명한 하이쿠 시인인 마쓰오 바쇼의 제자 무라카이 교라이 살던 집으로
마쓰오 바쇼가 이집에서 ‘사가노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거기서 청년은 멋들어지게 하이쿠를 읊었습니다. 알아듣지 못한 우리들의 표정에 청년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하필 그때, 생뚱맞게도, 평소 제가 ‘제발 저려’ 기억하는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가 떠올랐습니다.
남의 말하면
입술이 시리구나
가을 찬바람
요번 총선 때도 여지없이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 선전이 난무했습니다.
터무니없는 비방에 동요하지 말라는 문자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모릅니다.
올해 봄이 늦게 온 것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찬바람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리 친절하지 못한데다 남의 말하면서 입술 시린 줄도 모르는 저도 뭐, 찬바람 운운할 자격이 없긴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래서, 교토여행은 저를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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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때로는 먼 길을 떠날 필요가 있다.
비는 대지로 돌아올 때면 빗방울과 함께 대기 중에 떠도는 것들을 가져온다.
(파울로 코엘료 ‘알레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