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곡(垠谷) 김미희


챔피온을 만드는 마스터를 기다립니다

김미희
2021-04-26
조회수 209

자동차 사고로 왼팔을 잃은 일본인 소년이 유도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유도 스승은 석 달이 지나도록 오직 한 가지 동작만 가르쳐 주었다. 참다못한 소년이 물었다.
“ 선생님, 다른 동작을 배울 수는 없나요?”
“ 네가 알고 있는 동작은 네가 알아야할 딱 한 가지 동작이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소년은 스승의 말을 믿고 연습을 계속했다.
몇 달 후 소년은 첫 토너먼트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두 시합을 거뜬히 통과한 것은 물론 더 어려운 세 번째 시합도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훨씬 건장하고 노련한 사람이었다.
너무 벅찬 상대라 소년이 다칠 것만 같아 심판은 시합을 중지하려했다. 그러자 스승이 그를 말렸다.
시합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는 결정적 실수를 했다. 방어자세가 무너진 것이었다.
이 때, 소년은 배운 동작으로 그를 제압했다. 마침내 소년은 챔피온이 되었다.
귀가길, 소년이 스승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한 동작만으로 이길 수 있었을까요?”
“이유는 두가지야. 첫째, 넌 유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을 마스터했어.
둘째, 상대가 그 기술을 방어하는 방법은 딱 하나야. 너의 왼팔을 잡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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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중 만난 “Sometimes your biggest weakness can become your biggest strength.”라는 작자미상의 글입니다.
이글을 읽다보니 피터드러커의 책에 나왔던 한 여인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무언가 동작을 하려하면 그대로 몸이 굳어져버려 한동안 움직일 수 없는 병에 걸린 여성 환자.
정신분석의는 그녀에게 ‘약점도 관점에 따라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려줍니다.
얼마 후 의사는 그녀로부터 감사편지를 받는데, 내용은 그녀가 그림모델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굳어진 채로 한 시간을 넘겨도 고통스럽지 않은 그림 모델...
이렇게 치명적 약점도 생각이나 선택에 따라 자기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되는 ‘드라마틱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 글이 제목으로 표현한 약점과 강점 얘기보다 마지막 부분,
스승이 들려준 두 가지 이유가 더 큰 묵상거리가 되었습니다.
청년이고 소년인 제 두 아이에게 꼭 배우게 해주고 싶은 가르침이었으니까요.

1.정말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무엇이든 한 가지를 진정으로 마스터 한 사람은 자기 인생에서도 마스터가 될 수 있을테지요.
2.정답이 때로 정답이 아님을 아는 지혜-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가를 깨우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인생의 챔피온이 되어갈 수 있겠구요.

며칠 전 중1 막내네 학교에서 열린 교내 합창대회 구경을 갔습니다.
참으로 해맑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우리엄마는 요술쟁이 어떤 일이든지 뚝딱뚝딱뚝딱~~”을 들으면서
정말 요술쟁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영겁(永劫)의 감화를 줄 수 있는 스승을 뚝딱 만들어서 아이들 앞에 모셔놓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학실력이 모자란다고 좋은 수학 학원 찾아가고, 수학성적이 오르니 국어성적이 떨어져 또 걱정인
‘갈팡질팡’ 엄마는 절대로 요술쟁이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아쉬운대로 엄마라도 저 스승처럼 가르쳐주고 싶지만, 그것도, 참, 쉽지가 않습니다.
그 한가지가 엄마 취향으로 강요되기 일쑤고, 지혜랍시고 일러주는 것도 잔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니까요.

“너의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하여 인내하라.
그리고 문제 자체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라... 답을 찾으려 하지 말라. 문제 속에서 그대로 그냥 살자.
그러면 먼 훗날 언젠가 너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답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

그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저 말에 기대어 좀 기다려보렵니다.
제 아이들이 좋은 스승을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기를,
약점에 주눅들지 말고 문제 속에서 답 속으로 나아가면서 살게 되기를 주님께 기대어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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