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곡(垠谷) 김미희


행복 DNA ‘옥시토신’을 만나는 ‘쉬운’ 방법은?

김미희
2021-04-26
조회수 219

친구와 함께 청담동 성당 앞 마리아라는 가톨릭 성물 가게에 갔다가 친구의 딸에게 줄 자그마한 선물 하나를 골랐습니다.
오동통한 모양의 하얀 도자기 십자가는 참으로 귀엽고 깜직한데다 가격도 참 착한, 1 만원이었습니다.
어여쁜 가게 여사장님은 이 선물을 정성스레 포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상자에 선물을 담고 예쁜 카드 종이 위에다가,
우리가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깃털 펜에 잉크를 찍어 예쁜 글씨로 친구딸의 세례명을 또박또박 썼습니다.
조그마한 장미꽃과 금빛 테이프로 장식된 상자 뚜겅을 덮고는 다시 빨강색 쇼핑백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큼지막한 붉은 장미꽃 집게로 쇼핑백을 마무리했습니다.
백화점 선물가게에서 포장했다면 수만원은 지불해야할 만큼 고급스러운 포장이었습니다.
1만원짜리 상품인데 그렇게 정성을 다해 포장해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했더니, 여사장은 ‘포장은 저의 서비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손목 위에서 찰랑찰랑 반짝이는 묵주 팔찌가 눈에 띄었습니다.
‘팔찌 묵주가 너무 예쁘네요.’하고 말을 건넸더니, 주인은 대뜸 ‘드릴까요?’ 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더니 팔찌를 빼서 저에게 그냥 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몇초 사이에 제 마음속에서는 놀람, 당황 이 스쳐가고 기쁨과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들었습니다.
“어느 수녀님이 만들어주신 건데, 누군가 예쁘다 하면 선물할 생각이었어요.”
저는 그분에게 거듭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하늘을 가리키며 ‘그 분께 감사하심 되요.’라며 밝은 미소로 답했습니다.

한편 함께 간 친구는 그날 저에게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만든 참으로 아름다운 빨강 빛 묵주를 선물했습니다.
‘이 묵주로 기도할 때마다 네가 나를 기억할테니 내가 이익이다.’라면서요.
두 개의 묵주. 참으로 횡재한 날이지요. 만원을 쓰고는 돈으로 셈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들을 얻었으니까요.

그날 오후 내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동네 편의점 앞을 지나가다 ‘오늘같이 재수가 좋은 일진(日辰)에는 복권을 살까’라는 ‘간사한’ 맘을 품기도 했지만 얼른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이미 분에 넘치는 복을 얻었으니까요.

회사에 들어온 신간 중에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손에 들었습니다.
‘행복의 과학’(대이비드 해밀턴 지음/임효진 옮김/ 인카운터 刊) 이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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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물질, 애정 물질, 포옹 물질, 사랑의 묘약.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물질 가운데 이런 달콤한 이름으로 불리는 물질이 있다. 바로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다음과 같을 때에 분비된다. 다른 사람과 교류할 때, 애정을 느낄 때, 사랑을 느낄 때....
남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때를 떠올려보자. 그것으로 상대와 나 사이에 유대감이 생기게 된다.
친절을 베푼 사람이나 도움을 받은 사람 모두에게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것이다.
옥시토신의 분비가 왕성해지면 미움도 불안도 의심도 분노도 사그라 들고 그 자리에 신뢰와 사랑이 채워진다.
‘그렇다고 매번 옥시토신 분무기를 들고 다니며 뿌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
그 답은 친절에 있다. 항상 연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주위에 친절을 베풀면 옥시토신은 내안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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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가게 마리아에 간 날, 마리아의 여사장님과 제 친구, 그리고 저에게는 이 옥시토신이 마구 분비되었을 것입니다.
옥시토신은 ‘마음의 장기’ 심장을 건강하게 하고 소화도 도우며 염증도 치료한다고 합니다.
심장 뛰는 일 별로 없고, 소화도 잘 안되고, 치아도 욱신욱신 거리고 짜증나는 일만 많은 요즘,
저에겐 정말 옥시토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3M 포스트잇에 '친절한 미희씨’라고 써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 붙여두었습니다
‘친절하게 살자’는 다짐이라고나 할까요?
참 신기한 것은요, 시시때때로 그 글씨만 쳐다봐도 가슴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게 느껴져요.
이거, 혹시 옥시토신 아닐까요?

2012년 7,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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