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약점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말라고 교육받아왔다. 그래서 우리 안의 약점을 꼭꼭 숨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베네치안 글라스는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예민함을 인정하며, 세상에 대고 깨지기 쉬운 거라 웅변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지길 요구한다. 베네치안 글라스가 약한 것은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실패작이라서 아니다. 그것은 더 투명하고 더 완벽해지기 위한 작업의 결과이며 햇빛과 촛불 빛마저도 깊숙이 초대하기 위한 욕망의 결과다. 그렇게 유리는 참으로 멋진 효과를 얻어냈지만 그 대가로 깨지기 쉽다는 ‘약점’을 갖게 된 것이다. 베네치안 글라스를 다룰 때 우리는 손가락을 부드럽게 사용해야하며 손잡이를 잘 잡으려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 알랭 드 보통 <Art as Therapy> 중에서 --------------------------------------------------------------------------------------------------------------------------------------------------------------
제 페친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영문 글을 번안해보았습니다. 원문은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베네치안 글라스에서 ‘타인에 대한 내 힘의 효과’를 깨달으라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베네치안 글라스는 이태리 베네치아 북쪽에 있는 무라노섬에서 13세기부터 장인들이 제작해온 아름답고 정교한 유리공예품입니다. 각종 잔과 화병, 거울, 샹들리에, 주얼리까지, 영롱한 빛깔에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로 유럽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어, 베네치아공화국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니 저 책이 지난 가을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출간이 되어있더군요. 그런데, 책을 막상 읽어보니 이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채 다양한 예술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신선하고 흥미로운 시각과 접근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물을 만나 ‘테라피 therapy'의 효과를 얻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친구 다섯, 그들 역시 제가 보낸 서프라이즈 선물에서 ‘따스한 테라피’를 만났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래전 직장 상사가 생각났습니다. 매우 엄격한 상사이면서도, 그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부하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 다른 부하직원들의 불만을 사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상사가 한편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아끼던 부하는 재능을 가진 대신 ‘깨지기 쉬운’ 사람이었습니다. 그 상사와 헤어진 후 여기저기 직장에서 방황하다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저는 귀한 공예품을 다루는 기술이 몹시 서툰 편입니다. 몇 개 있는 베네치안 글라스를 설거지 하다가 깨뜨리는 바람에 손이 깊이 찢겨, 밤 12시에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있습니다. 유명 도예가의 그릇도 마찬가지입니다. ‘난 약해요, 그건 내 실수가 아니랍니다’라는 그들의 특성을 알고서도 손가락을 부드럽게 놀리지 못했으니 결국 ‘내 탓’이지요.
사람을 다루는 기술은 또 어떤지요. 집에서는 힘 조절 못하는 엄마 때문에, 직장에서는 힘자랑하는 상사 때문에 아이들이나 부하들이 위태로워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살살 밀고 있다 생각하지만 상대는 너무 세게 몰아붙인다고 느끼고, 나는 더 쉬운 길을 일러준다지만 그게 상대에겐 더 어려운 길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보면 베네치안 글라스처럼 깨지기도 하고 손처럼 상채기와 흉터를 남길 수도? 헉! 이제부터라도 힘빼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영혼의 미술관>에서 알랭 드 보통은 불순물로 얼룩지고 형태가 완전치 않은 조선백자항아리에게서 그 결함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발견하며 찬사를 보냅니다.
약점을 살살 다루면서 장점을 누릴 줄 아는 지혜와 도량, 그걸 배우고 일깨우기 위해 베네치안 글라스나 소박한 백자 항아리 하나 사둘까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약점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말라고 교육받아왔다.
그래서 우리 안의 약점을 꼭꼭 숨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베네치안 글라스는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예민함을 인정하며, 세상에 대고 깨지기 쉬운 거라 웅변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지길 요구한다.
베네치안 글라스가 약한 것은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실패작이라서 아니다.
그것은 더 투명하고 더 완벽해지기 위한 작업의 결과이며 햇빛과 촛불 빛마저도 깊숙이 초대하기 위한 욕망의 결과다.
그렇게 유리는 참으로 멋진 효과를 얻어냈지만 그 대가로 깨지기 쉽다는 ‘약점’을 갖게 된 것이다.
베네치안 글라스를 다룰 때 우리는 손가락을 부드럽게 사용해야하며 손잡이를 잘 잡으려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 알랭 드 보통 <Art as Therapy>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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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페친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영문 글을 번안해보았습니다.
원문은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베네치안 글라스에서 ‘타인에 대한 내 힘의 효과’를 깨달으라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베네치안 글라스는 이태리 베네치아 북쪽에 있는 무라노섬에서
13세기부터 장인들이 제작해온 아름답고 정교한 유리공예품입니다.
각종 잔과 화병, 거울, 샹들리에, 주얼리까지, 영롱한 빛깔에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로
유럽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어, 베네치아공화국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니 저 책이 지난 가을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출간이 되어있더군요.
그런데, 책을 막상 읽어보니 이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채 다양한 예술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신선하고 흥미로운 시각과 접근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물을 만나 ‘테라피 therapy'의 효과를 얻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나는 친구 다섯, 그들 역시 제가 보낸 서프라이즈 선물에서 ‘따스한 테라피’를 만났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래전 직장 상사가 생각났습니다.
매우 엄격한 상사이면서도,
그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부하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 다른 부하직원들의 불만을 사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상사가 한편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아끼던 부하는 재능을 가진 대신 ‘깨지기 쉬운’ 사람이었습니다.
그 상사와 헤어진 후 여기저기 직장에서 방황하다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저는 귀한 공예품을 다루는 기술이 몹시 서툰 편입니다.
몇 개 있는 베네치안 글라스를 설거지 하다가 깨뜨리는 바람에 손이 깊이 찢겨, 밤 12시에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있습니다.
유명 도예가의 그릇도 마찬가지입니다.
‘난 약해요, 그건 내 실수가 아니랍니다’라는 그들의 특성을 알고서도 손가락을 부드럽게 놀리지 못했으니 결국 ‘내 탓’이지요.
사람을 다루는 기술은 또 어떤지요.
집에서는 힘 조절 못하는 엄마 때문에,
직장에서는 힘자랑하는 상사 때문에 아이들이나 부하들이 위태로워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살살 밀고 있다 생각하지만 상대는 너무 세게 몰아붙인다고 느끼고,
나는 더 쉬운 길을 일러준다지만 그게 상대에겐 더 어려운 길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보면 베네치안 글라스처럼 깨지기도 하고 손처럼 상채기와 흉터를 남길 수도? 헉!
이제부터라도 힘빼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영혼의 미술관>에서 알랭 드 보통은
불순물로 얼룩지고 형태가 완전치 않은 조선백자항아리에게서 그 결함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발견하며 찬사를 보냅니다.
약점을 살살 다루면서 장점을 누릴 줄 아는 지혜와 도량,
그걸 배우고 일깨우기 위해 베네치안 글라스나 소박한 백자 항아리 하나 사둘까 합니다.
2013 11,12월호